사람은 길을 만들고 길은 사람을 이끈다
길은 인생이다
궁궐에 가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눈에 들어오나요?
대궐의 으리으리한 문, 높이 솟은 우람한 나무, 아니면 화려한 단청인가요?
궁궐을 친구처럼 만나는 저는 궁궐을 찾을 때마다 가장 먼저 쭉 뻗은 길에 시선을 줍니다.
조선의 궁궐을 상징하는 것은 정전과 같은 높고 큰 건물도 있지만, 임금님이 다니는 길을 다른 길과 구분해 놓은 삼도(三道)는 가장 궁궐다운 건축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법 규모가 큰 건물이나 키가 큰 거목은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지만, 임금님이 다니는 길을 화강석으로 만들어 둔 것은 궁궐에서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만나게 될 창덕궁의 삼도 또한 임금님이 가장 가운데로 행차하시고, 그 오른쪽에는 문관이 보좌하여 걷고 그 왼쪽에는 무관이 따라 걷는 길입니다.
당시 창덕궁의 삼도를 걷던 이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관람객이 되어 그 길을 걸어갑니다.
이제는 임금님의 길을 걸었다고 하여 곤장을 맞거나 처벌을 받지도 않고 그저 아름다운 궁궐의 경관을 마음껏 즐기면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궁궐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분들이라면 이 삼로를 걸어보셨을 거예요.
아마도 가장 가운데에 놓인 길, 바로 임금님의 길을 따라 신나게 걸으셨겠지요.
저는 이 삼로를 따라 걸을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길은 정말 인생을 닮았구나.'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임금님을 따라 삼로를 걸으며 수많은 생각에 사로잡혔을 겁니다.
당장 임금님께 보고하여 윤허를 받아야 할 일이 있었다면 더욱 고민이 깊었겠지요.
어쩌면 임금과 함께 삼로를 따라 걸었던 당파싸움 등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게 된 경우도 적지 않았을 거예요.
조선시대에 벌어진 크고 작은 사화나 옥사 등으로 수많은 관리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 결과 서로 대립하던 신하들의 가족들의 희비도 엇갈리게 되었습니다.
이 삼로는 아마 자신과 동행했던 사람들의 기억과 고민, 기쁨과 슬픔 등을 기억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이 떠나간 뒤에 함께했던 희로애락을 기억하며 기념할지도 모르지요.
이렇게 궁궐이 품은 길은 그곳을 지나다닌 사람들의 삶이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인생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평가 받을 것인가
조선의 임금과 신하들이 나라를 함께 다스렸던 창덕궁.
이곳에는 임금님의 발자취가 남은 삼도 외에도 임금님을 보좌하는 수많은 궁궐 사람들을 위한 길도 있었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조선의 중심이었던 곳이었기에, 궁궐 곳곳에는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걸었던 길이 생겨났다 없어지기를 반복했을 겁니다.
분명한 것은 조선이 오랫동안 왕조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현명한 국왕들과 신하들의 협치가 있었던 이유도 있지만, 궁궐 곳곳으로 뻗어있는 존재조차 불분명하고 이름도 없는 길을 따라 걸었던 수많은 궁궐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도 큰 역할을 했으리라 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탁월한 재능과 상상력을 갖춘 사람들이 혁신을 주도하며 이끌어갑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 저는 '위대한 독불장군'이라는 글을 통해 캘리그라피 작품과 함께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https://mydaytrip.tistory.com/entry/위대한-독불장군-손글씨일기-1글씨1캘리-1165 [지금여행:티스토리]
그런데 저는 이런 독불장군들이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며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것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작은 일상에 만족하며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에도 큰 가치를 부여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건강한 꿈을 꾸며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들 대부분은 이렇게 작은 꿈을 꾸며 행복해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저 하루 열심히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우리들 말입니다.
상황, 조건, 마음상태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길.
어쩌면 단 한 번도 같은 모습 보여주지 않는 변화무쌍한 길.
그 길의 끝에서 무엇과 만날지 알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기에 길이란 참 아름다운 존재라 말하고 싶습니다.
동행이자 소통하는 친구, 인생길
창덕궁을 비롯해 궁궐에는 수많은 인생이 걸어갔던 그만큼 많은 길들이 존재합니다.
비록 그들의 삶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그들 또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만큼 치열하게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갔으리라 생각합니다.
인생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길입니다.
이 때문에 인생을 길과 합쳐 종종 인생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 길을 걸어가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며 작은 길을 만들어가겠지요.
아마도 한참을 걸어가다가 '이 길이 아니었네?'라고 하며 후회할 때도 많을 겁니다.
다양한 길과 소통하며 예측하지 못했던 수많은 희로애락을 더 경험하다 보면 어느덧 인생의 끝에 서 있을 겁니다.
바라기는 이 예측하기 힘든 여정에서 길이라는 친구와 제가 목적지에 이르러 함께 기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9월 19일
궁미남의 사진 생각
(추신)
창덕궁2022-21
올해로 벌써 창덕궁을 21번째 만났습니다.
본격적으로 궁궐에 빠져들면서 해마다 거의 수십 번 씩 궁궐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경복궁의 경우에는 100회 이상 발걸음을 이어갔던 해도 있었지요.
제가 걸어가는 길, 길이 이끄는 궁궐에서 앞으로 더 많은 분들과 궁미남의 궁궐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지켜보며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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