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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행

어머니 같은 자연에게 배우다

by 궁미남(궁궐에 미친 남자) 2022. 9. 20.

덕수궁 이끼 고향
이끼로 가득한 이곳은 어디?

 

"자연은 자연스럽게 말한다"


덕수궁, 제국의 고향

서울광장을 사이에 두고 서울특별시청과 마주보고 있는 덕수궁은 대한제국이 탄생한 황궁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궁궐입니다.

1897년 러시아 공사관에서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으로 환궁한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한 뒤 이곳에서 나라를 다스렸답니다.

그 전까지 조선은 왕이 다스리던 왕국이었지만, 이때부터 제국으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이렇게 볼 때 덕수궁은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제국의 고향 같은 곳이지요.

 

역사의 현장에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지다 

구한말 격동기의 주요 무대였던 이곳 덕수궁은 이제 전통건축물들과 자연을 대표하는 생명들이 어우러지는

조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계절마다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며 자기만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채우고 있는 곳.

궁궐은 바로 이렇게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공간이랍니다.

오늘 사진으로 만나게 되는 저 신비로운 공간도 바로 덕수궁이 빚어낸 놀라운 역작이라 할 수 있답니다.

그럼 이끼로 가득한 저곳은 대체 어디일까요?

 

은행나무가 보여주는 놀라운 생태

언뜻 이끼가 잔뜩 끼어 깊고 깊은 산속의 어느 계곡처럼 보이는 이곳은 실은 덕수궁에 우뚝 서 있는 오래된 은행나무의 일부입니다.

커다란 나무는 수분을 잔뜩 머금고는 이끼와 평생 함께할 것처럼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물론 나무에 이끼가 붙은 것에 대하여 분명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할 겁니다.

필요할 경우 그들이 조금은 떨어져 있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지요.

다만 이런 모습으로도 참 잘 살아내는 은행나무가 대견하고 이끼 또한 자리를 빌려서라도 생명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조화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우리

경복궁이 품은 국보 경회루 2층에 오르면 한가운데에 '천지인'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 있습니다.

하늘과 땅을 사람이 이어주어 마침내 완성되는 삼재(三才)라고나 할까요?

그동안 사람들은 발전을 지향하며 자연에 많은 상처를 안겨주곤 했는데요, 앞으로는 덕수궁의 생태가 은행나무와 이끼처럼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조화로운 관계를 맺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9월 20일

궁미남 이호준

자연으로 두 걸음 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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