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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행

대한민국 전통문화, 이음과 겹침으로 말하다

by 궁미남(궁궐에 미친 남자) 2022. 10. 5.

덕수궁 궁궐 한옥
건물과 건물의 이어짐이라는 한옥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덕수궁 준명당[왼쪽]과 즉조당

 

전통건축이 보여주는 이음의 미학

BTS로 대표되는 케이팝(K-POP)과 <오징어게임> 등의 케이드라마(K-DRAMA), <기생충> 등의 케이무비(K-MOVIE) 열풍이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요즘 외국인들이 우리 대한민국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우리나라는 한복이라는 전통복식을 비롯해 부채춤과 같은 전통무용, 아리랑과 같은 전통민요, 불고기 및 김치 등의 한류 음식으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왔는데요, 최근에 케이팝이 세계적인 주류 음악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나라는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더 큰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외국인들과 소통할 기회가 자연스레 늘어나게 될 텐데요, 여러분들은 외국인들이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특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개중에는 한옥이나 고려청자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부드러운 선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어떤 분들은 조선시대 백성들이 주로 입던 의복이나 백자의 흰색으로 대표되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들기도 하겠지요.

우리 전통문화의 특징이 뭔지 저에게도 물어보고 싶으시다고요?

궁궐을 자주 찾아 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저는 이음과 겹침이야말로 우리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특징이라 생각하는데요, 오늘은 이 두 가지 특징에 대하여 덕수궁의 전통건축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첫 번째 사진의 무대는 1896년 경복궁에서 러시아공사관으로 아관파천했던 고종이 1897년 환궁하며 황제국을 선포한 덕수궁입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의 역사는 왕국 조선에서 황제국인 대한제국으로 이어졌는데요, 당시 우리나라에 서양의 문물이 본격적으로 전해지던 시기인 만큼 이 덕수궁에는 전통적인 한옥 형식의 건축물과 함께 석조전이라는 서양식 건축물들이 공존합니다.

제가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특징으로 들었던 첫 번째 요소인 '이음'은 바로 사진 속 두 건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왼쪽 건물은 고종황제의 외국사신 접견 장소로 쓰이기도 했고 덕혜옹주의 유치원으로도 쓰였던 준명당이고 오른쪽 즉조당은 중화전이 건립되기 전까지 정전으로 쓰였던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건물입니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 선조가 머무르기도 했고 광해군과 인조가 즉위한 곳으로서 조선 왕실로서는 매우 중요한 건물이었던 즉조당은 1904년에 일어난 화재로 인해 준명당, 석어당 등과 함께 불에 타 없어졌고, 같은 해에 다시 지어진 두 건물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건된 두 건물은 개별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구름다리 형식의 복도로 연결되어 서로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데요, 궁궐이나 양반 가문의 기와집 한옥들은 이런 식으로 서로 이어져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음의 미학이 조화롭게 완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우리 전통건축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은 이음에서 그치지 않고 겹침으로 나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 전통문화에서 이 겹침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며 그것은 어떤 효과나 역할을 할까요?

 

한옥 대한민국 보물 중화전
중화문 앞에서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을 바라본 모습. 공간이 세 갈래로 열리는 동시에 겹쳐진다.

 

이음과 겹침의 아름다움과 역할

앞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이음에 대하여 덕수궁 두 전통건물이 구름다리로 이어진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구름다리는 두 건물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두 건물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겁니다.

건물에서 건물로 이동하기 위해 신발을 신었다가 벗기를 반복하는 절차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고, 두 건물의 주인들은 서로 좀 더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겠지요.

역발상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게 구름다리로 두 건물을 이었다는 것은 반드시 그럴 필요가 있었다고 추정해 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준명당과 즉조당이라는 건물이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어야만 두 건물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제 이음에서 좀 더 나아가 겹침의 영역으로 이야기를 확장해 보겠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중화문 앞에서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을 바라본 장면입니다.

세 갈래로 열린 중화문의 가운데로 중화전이 들어오는데,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세 군데 통로를 제외한 중화문의 나머지 부분은 중화전이 있는 정면의 공간과 겹쳐집니다.

아마도 중화전으로 나아가기 위해 중화문 앞에 서는 대소신료들은 중화문과 중화전이 합작해서 만들어 내는 이 공간적 위엄과 아름다움 앞에서 저절로 고개를 숙였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중화문과 중화전은 자신의 공간을 부분적으로 열어주는 동시에 서로 겹침으로써, 이 공간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미리 준비시킴으로써 자신이 감당해야 할 공간적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지요.

중화문 앞에서 서서 바라보는 풍광은 그 자체로도 일품이지만, 대한제국 시기에 이곳에 섰던 사람들은 겹침과 열림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끌어낸 효과로 인해 가장 중요한 건물이자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핵심공간인 중화전에 자연스럽게 집중했을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이 중화전의 주인이자 나라의 통치자인 황제를 경외하게 되었을 것이며 국정에 참여하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보았겠지요.

이렇게 우리 전통건축을 대표하는 이음과 겹침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동시에 건축물이 감당해야 할 기능을 더욱 강조하거나 효과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감당해 냅니다.

이것은 우리 전통건축이 돌이나 나무 등 단지 물질의 결합만이 아니라 정신이 깃든 복합적이고 입체적이며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전통문화의 특징을 발견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늘 접하거나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라 해도 그것을 제대로 알고 만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보기에 한옥으로 대표되는 전통건축이야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비유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하여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기도 했지만, 북촌 한옥마을이나 전주 한옥마을 등은 늘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하곤 했습니다.

궁궐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한복을 입고 특별한 추억을 남기려는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지요.

한옥 관련 문화상품들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곤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특징이 뭐냐'라고 묻는다면 과연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정답이 이것이니 이것을 미리 알아두라는 말이 아니라, 저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우리 전통문화의 특징에 대하여 자기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또한 수없이 많은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궁궐과의 만남을 통해 이번에 소개한 이음과 겹침이라는 우리 전통문화의 특징을 확인하게 되었는데요, 앞으로 많은 분들이 궁궐에 들러 제가 만났던 이음과 겹침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우리 전통문화의 특징들을 발견한 뒤 마음속으로 유레카를 외치며 기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2022년 10월 6일

이음과 겹침으로 전통문화의 특징을 이야기하다

 

(추신)

덕수궁2022-23 [20220915]

2022년 23번째 만난 덕수궁에서 캐낸 전통문화에 관한 이야기.

다음에 이곳에 들렀을 때 또 다른 우리 전통문화의 특징과 만나 가슴 뛰는 순간이 오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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