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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행

전통 건축이 보여주는 소통의 힘

by 궁미남(궁궐에 미친 남자) 2022. 9. 17.

양떼구름 근정전 박석
경복궁 근정전 조정의 박석들과 구름들이 근정문을 조목하다

 

조금만 더 용기를 내봐. 이제 곧 세상이 그대를 주목할 거야.

 

1. 익숙한 것에서 낯선 아름다움과 만나다

눈에 익은 출근길, 오랫동안 만나온 직장동료들, 그리고 몇 년째 살고 있는 집의 공통점이 뭘까요?

모두가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싫증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요.

저를 아는 분들은 가끔씩 왜 그렇게 궁궐을 자주 가느냐고 묻곤 합니다.

아마 이 말에는 그렇게 자주 다녔는데 더 볼 게 있느냐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궁궐은 같은 장소라 해도 계절이나 날씨의 변화에 따라 무척 다른 매력을 보여주거든요.

이번에 소개하는 보물 근정문(勤政門), 그리고 그 문과 국보 근정전이 합작한 드넓은 조정(朝廷)도 맑은 날과 비 내리는 날, 눈 쌓인 풍광이 모두 다릅니다.

비 내리는 날 근정문 행각의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바닥에 닿으며 왕관 현상으로 보여주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지요.

그런 날에는 잠시 쪼그려 앉아 튀는 물방울을 사진으로 담아보는 것도 추억을 많드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고 보니 비오는 날의 조정은 한 가지 매력을 더 보여주네요.대소신료들이 임금님을 만나 조회를 하는 조정에 살짝 물이 차오르면, 그곳을 모자이크처럼 완성하는 수많은 박석들 사이로 물이 흘러 자연스레 배수가 이루어집니다.이때 잠시 잠깐 동안 물이 들어찬 부분이 있는데 이곳에 비치는 근정전이나 근정문의 사진을 제법 멋스럽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깊고 푸른 가을 하늘에 구름이 솟구칠 때 이 위엄 있는 공간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어쩌면 이 글의 사진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저는 무척이나 익숙한 궁궐이지만 매우 낯선 아름다움, 그것도 단 한 번도 동일하게 다가서지 않는 궁궐의 매력에 매번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저는 매번 설레는 마음으로 궁궐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은 궁궐이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하고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2. 하늘과 땅이 사람의 조화에 주목하다

궁궐 건물들은 사람이 자연의 산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세운 아름답고 가치 있는 건축물들입니다.

이번 글의 주연인 근정문도 조선의 장인들이 돌과 나무 등을 이용해 최선을 다해 세운 건물이기에 보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 근정문은 저와 자주 보며 인사 나누는 친한 친구인데요, 이번에 그를 보았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양떼구름과 박석의 주목을 받으며 특별 대우를 받고 있었거든요.

심지어 그는 주연의 자리를 제대로 인정받고는 이제 막 구름 왕관까지 쓰려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한마음이 되어 사람이 이끌어낸 조화[근정문]를 향해 찬사를 보내는 장면이었습니다.

연극이나 뮤지컬로 따지면 주연이 가운데에 있고 조연들과 엑스트라들이 그를 중심으로 무여들어 군무(群舞)를 추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 무대에서 주연만 빛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지요.

자연의 작품과 인간의 작품이 궁궐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멋진 무대를 완성하는 모습은 알아볼 줄 아는 자에게 선사하는 신의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조화로운 아름다움, 그 자체였지요.

저는 궁궐을 찾을 때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펼쳐내는 독특하면서도 지독하기까지 한 아름다움의 완성을 보는 것이 너무도 즐겁습니다.

 

3. 발견과 발전이 있기에 삶은 아름답다

궁궐이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곳이며, 궁궐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알아봐 주기를 기다린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궁궐의 마음을 이해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을 찾아 마침내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는 마음속으로 '유레카(eureka)!' 하고 외치게 된답니다.

궁궐을 좋은 친구로 삼아 그의 조화로운 아름다움과 세련된 매력에 감탄하다 보면 어느새 제 삶이 통찰력으로 가득 차 가슴이 뛰곤 합니다.

지금까지 13년에 걸쳐 경복궁을 비롯해 세계유산 창덕궁과 종묘 등등 궁궐과 종묘, 사직을 찾고 또 찾아 소통하면서 그 신비로운 아름다움에 감동하곤 했는데, 내일 또다시 같은 궁궐을 찾더라도 아마 궁궐은 기다렸다는 듯이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화답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궁궐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궁궐이 선사한 감동을 제 사진과 그림에 오롯이 담아내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문화를 향한 발걸음을 이어가는 동안 제가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었기에 무척 행복합니다.

저는 이렇게 궁궐에서 발견한 특별한 매력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며 소통의 기쁨을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습니다.

 

2022년 9월 17일

지금궁궐 018

경복궁에서 궁미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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