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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행

사유의 방

by 궁미남(궁궐에 미친 남자) 2022. 9. 13.

사유의방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방에서 기다리는 국보 반가사유상들

 

사유思惟.

생각이라는 뜻을 담은 두 한자어가 이어져 하나의 낱말이 되었다.

두 반가사유상이 같은 자리에 머물게 된 것과 겹쳐지는 듯하다.

언뜻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떠올리게 하는 전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준비한 '사유의 방'이다.

 

사유의 의미
전시에서 정의한 사유의 의미

 

만남.

기대하는 대상, 그중에도 전통의 멋을 대표하는 국보와 소통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더 늦기 전에 사유의 방을 찾기로 마음먹은 것은 최근에 감당하기 힘든 고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국보 가운데 소중한 존재로 마음에 담고 있는 반가사유상과 고요하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한 것은 '사유의 방'이라는 제목과 특별하게 구성한 전시 공간이었다. 전시 제목은 기획자의 의도와 관람객의 기대감이 만나는 자리이고, 그 자리에서는 매순간 수많은 과정과 결과가 태어나고 완성된다. 이번 전시공간의 천장을 가득 채운 수많은 별들처럼, 두 반가사유상과 관람객들의 소통을 통해 탄생한 사유들도 머물 자리를 인식하고는 세상 속에서 자기 역할을 할 것이다.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아우라를 지닌 두 점의 국보는 세부적인 특성보다 전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 말을 건다. 그와 마주할 때면 눈빛이나 자태, 부드러운 선 등의 매력을 알아채기 전에, 그가 준비한 시공간으로 순식간에 이동하여 그와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영겁의 순간을 맞이하고 난 뒤에야 세부적인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들은 왜 그토록 세상과 존재와 삶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것일까? 관계와 인연과 선택에 대하여 그들은 우리에게 무슨 말을 전하려는 것일까?

 

국보78호 국보83호 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의 매력이 돋보이는 옆모습

 

공명共鳴.

지긋이 눈을 감은 채 특유의 자세로 정면을 향한 두 사유상이 말을 걸어올 때면 시간도 공간도 함께 멈춘다.

그들과 시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만들어낸 순간을 공감과 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담아내고 싶어 하는 나.

색과 빛의 차이가 경계를 짓는 듯하면서도 함께 이어지고, 별을 닮은 듯한 천장의 조명들이 세계를 구성하는 공간.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가치, 채움을 넘어서는 비움, 관람을 초월하는 소통을 통해 고요하게 생각하고 위로 받으며 살아갈 힘을 얻는 시간.

'사유의 방'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과 특별한 만남을 이어갈 것이다.

 

국보83호 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안내.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사유의 방'에서는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국보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두 점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정면 계단 위로 뻥 뚫린 공간을 마주보며 오른쪽 건물로 들어선 뒤 절차를 마치고 오른편에 자리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이동하면 우측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2021년 12월 17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궁궐에 미친 남자

북촌선비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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