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장소 :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기간 : 2022년 7월 7일 ~ 9월 25일[SUN]
1. 문화재가 여행길에 오른 까닭
특정한 나라나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문화재들.
이들은 아주 특별한 사연이 없다면 태어난 고향에 머물러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 간다.
이런 문화재들이 먼 이국으로 갔다는 것은 뭔가 사연이 있다는 것.
궁궐에 미친 남자가 보기에 그 여정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먼저 가장 좋지 않은 경우부터 들자면 전쟁이나 전투로 약탈당한 경우이고, 두 번째로는 이런저런 이유로 판매가 이루어져 타국이나 타지로 옮겨진 경우가 있으며, 마지막 세 번째로는 개인이나 단체, 국가간에 증정이나 교환 방식으로 이동한 사례를 상정할 수 있다.
2. 전쟁, 판매, 증정 : 문화재의 여정을 따라가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자신이 태어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먼 여행에 나선 문화재들.
이 문화재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문화재들의 가치와 의미, 여정에 나선 이유와 앞으로의 과제를 돌아보는 전시가 바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이다.
궁미남이 보기에 관람객은 이 특별전을 따라 흐르는 동안 두 번의 기차를 갈아타게 된다.
첫 번째 기차는 다양한 이유로 우리나라를 떠난 문화재들에 관심을 갖고 그 이동경로를 따라간다.
두 번째 기차로 갈아타면 그런 치열한 여정을 통해 되찾은 문화재와 아직도 이국에 머무는 경우를 돌아보게 된다.
3. 여행에서 돌아온 문화재들
이번 특별전이 품은 문화재들은 그림, 인장, 그릇, 의류 등 무척 다양하다.
당장 덕혜옹주가 일본에 머물 때 예복으로 입었던 당의와 스란치마가 눈에 띄고, 한국전쟁 당시에 불법 유출되었다가 돌아온 수빈 박씨의 인장함 또한 '경우궁'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창덕궁 경내에 자리했던 중화궁의 인장도 상서로운 동물인 서수의 형태를 한 채 멋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다.
이밖에도 조선의 제18대 임금인 현종이 왕세자로 책봉되었을 때 만들어진 옥인도 한국전쟁 때 분실되었다가 2017년에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그만큼 많은 문화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먼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다는 것.
하지만 여정의 끝을 고향에서 보내지 못한 채 아직도 먼 타국 어딘가에서 끝모를 여행을 하고 있는 문화재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알려진 것들은 물론이고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고려하면 그 수를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4. 나라 밖 문화재들과 풀어야 할 숙제들
이렇게 국립고궁박물관이 준비한 문화재의 여정을 따라 기차여행을 마칠 때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한 사람들의 염원과 성과에 감탄하며 박수를 보내다가 미처 다 이뤄내지 못한 미완의 과제 앞에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게 된다.
국외로 떠났다가 돌아온 문화재들과 만났다는 반가움이 클수록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들을 향한 그리움이 더 크게 증폭되는 까닭이다.
문화재들은 묻는다.
아니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여정들이 다가서며 물어온다.
귀환을 기다리며 열망하는 문화재들을 위해 우리 각자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문화재들을 앞으로 어떻게 지키고 소통하며 그 아름다움을 꽃피울 것인지를.
이번 전시를 통해 국외로 반출된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도록 힘쓴 많은 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비롯해 여러 박물관의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문화재와 함께 떠나는 이 특별한 여정은 문화재에 관한 역사를 돌아보게 할 뿐만 아니라,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본다.
전시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시간을 내어 꼭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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