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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행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by 궁미남(궁궐에 미친 남자) 2022. 9. 23.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안내판

 

전시 :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장소 :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기간 : 2022년 7월 7일 ~ 9월 25일[SUN]

 

1. 문화재가 여행길에 오른 까닭

특정한 나라나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문화재들.
이들은 아주 특별한 사연이 없다면 태어난 고향에 머물러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 간다.
이런 문화재들이 먼 이국으로 갔다는 것은 뭔가 사연이 있다는 것.
궁궐에 미친 남자가 보기에 그 여정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먼저 가장 좋지 않은 경우부터 들자면 전쟁이나 전투로 약탈당한 경우이고, 두 번째로는 이런저런 이유로 판매가 이루어져 타국이나 타지로 옮겨진 경우가 있으며, 마지막 세 번째로는 개인이나 단체, 국가간에 증정이나 교환 방식으로 이동한 사례를 상정할 수 있다.

 

덕혜옹주 이덕혜
고종의 딸 덕혜옹주의 당의와 스란치마[부분]
당의 스란치마
덕혜옹주의 당의와 스란치마
덕혜옹주 사진
당의와 스란치마를 차려입은 덕혜옹주


2. 전쟁, 판매, 증정 : 문화재의 여정을 따라가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자신이 태어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먼 여행에 나선 문화재들.
이 문화재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문화재들의 가치와 의미, 여정에 나선 이유와 앞으로의 과제를 돌아보는 전시가 바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이다.
궁미남이 보기에 관람객은 이 특별전을 따라 흐르는 동안 두 번의 기차를 갈아타게 된다.
첫 번째 기차는 다양한 이유로 우리나라를 떠난 문화재들에 관심을 갖고 그 이동경로를 따라간다.
두 번째 기차로 갈아타면 그런 치열한 여정을 통해 되찾은 문화재와 아직도 이국에 머무는 경우를 돌아보게 된다.

 

3. 여행에서 돌아온 문화재들

이번 특별전이 품은 문화재들은 그림, 인장, 그릇, 의류 등 무척 다양하다.

당장 덕혜옹주가 일본에 머물 때 예복으로 입었던 당의와 스란치마가 눈에 띄고, 한국전쟁 당시에 불법 유출되었다가 돌아온 수빈 박씨의 인장함 또한 '경우궁'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창덕궁 경내에 자리했던 중화궁의 인장도 상서로운 동물인 서수의 형태를 한 채 멋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다.

이밖에도 조선의 제18대 임금인 현종이 왕세자로 책봉되었을 때 만들어진 옥인도 한국전쟁 때 분실되었다가 2017년에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그만큼 많은 문화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먼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다는 것.

하지만 여정의 끝을 고향에서 보내지 못한 채 아직도 먼 타국 어딘가에서 끝모를 여행을 하고 있는 문화재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알려진 것들은 물론이고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고려하면 그 수를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조선의 제23대 국왕 순조의 생모였던 수빈박씨의 인장함. 그의 사당 '경우궁景祐宮'이라는 한자가 선명하다.

 

중화궁인. 창덕궁 경내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중화궁의 인장. 2019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라이엇 게임즈의 후원을 받아 구입.

 

조선의 제18대 국왕 현종이 왕세자로 책봉되었을 때 만들어진 옥인[옥도장]. 한국전쟁 때 분실되었다가 2017년 반환되었다.


4. 나라 밖 문화재들과 풀어야 할 숙제들

이렇게 국립고궁박물관이 준비한 문화재의 여정을 따라 기차여행을 마칠 때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한 사람들의 염원과 성과에 감탄하며 박수를 보내다가 미처 다 이뤄내지 못한 미완의 과제 앞에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게 된다.

국외로 떠났다가 돌아온 문화재들과 만났다는 반가움이 클수록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들을 향한 그리움이 더 크게 증폭되는 까닭이다.

문화재들은 묻는다.

아니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여정들이 다가서며 물어온다.

귀환을 기다리며 열망하는 문화재들을 위해 우리 각자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문화재들을 앞으로 어떻게 지키고 소통하며 그 아름다움을 꽃피울 것인지를.

이번 전시를 통해 국외로 반출된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도록 힘쓴 많은 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비롯해 여러 박물관의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문화재와 함께 떠나는 이 특별한 여정은 문화재에 관한 역사를 돌아보게 할 뿐만 아니라,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본다.

전시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시간을 내어 꼭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나라밖문화재의여정
이번 특별전을 소개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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