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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행

사진기냐 휴대폰이냐, 사진촬영과 작품사진

by 궁미남(궁궐에 미친 남자) 2022. 9. 27.

배롱나무 경복궁 유화문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배롱나무와 함께 경복궁을 바라보다. 갤럭시s21 울트라로 촬영.

 

자신에게 맞는 사진촬영 도구를 찾아 떠나는
아주 특별한 여행

 

1. 작품사진, 휴대폰으로는 찍을 수 없나요?

스마트폰, 흔히 우리가 휴대폰이라 부르는 이 편리한 도구는 전화나 문자 같은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이고 사진촬영까지 간편하게 할 수 있게 해준 아주 특별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보여주려고 할 때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하면 괜히 망설여질 때가 있습니다.

잘 찍은 사진, 다시 말해 작품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면 적어도 어느 정도 기능을 갖춘 사진기로 촬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사진이나 영상 촬영만을 위해 만들어진 전문 사진기로만 찍어야 작품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걸까요?

우리가 가진 스마트폰으로는 작품사진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걸까요?

이번에는 이런 간단하면서도 누구나 갖고 있는 의문에 대해 사진가의 입장에서 답을 해보려 합니다.

제 답변이 100퍼센트 정답은 아닐지라도 여러분이 갖고 있던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도구가 아니라 구도

글의 시작을 '도구가 아니라 구도'라는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시선을 좀 끌어보려고 했는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제 시도는 일단 성공한 셈입니다.

글쓰기에도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방법이 있는 것처럼, 사진촬영을 할 때도 대상의 특징을 잘 포착하면 얼마든지 다수를 감동시킬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값비싼 사진기든 휴대폰 카메라든 그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 사진가는 먼저 대상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소제목에서 '구도'라는 낱말을 붙인 것은 단지 구도만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구도를 포함해서 '지금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의 특징을 가장 매력적으로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위쪽에 있는 사진은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꽃을 피우고 있던 배롱나무 꽃 너머로 경복궁 건물들을 담은 것입니다.

무엇으로 촬영한 것 같나요?

답부터 하자면 제가 가진 스마트폰 갤럭시s21 울트라로 촬영한 것입니다.

저에게는 배롱나무 꽃의 아름다움도 중요했지만, 이 사진을 촬영할 때는 그저 평범한 꽃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이 꽃과 함께 그 순간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했습니다.

그 결과 배롱나무 너머로 경복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마침내 꽃들 사이로 비치는 유화문과 근정전을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꽃과 궁궐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포착하려는 열망, 그리고 촬영 대상에 어울리는 안성맞춤의 구도를 잡아내려는 치열한 궁리의 합작품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일단 도구가 뭐든 상관없이 구도를 비롯해 그 순간 자신이 끄집어낼 수 있는 모든 지혜를 총동원하여 대상의 특징을 잡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참고로 첫 번째 사진의 구도는 사각형 화각의 절반씩을 하늘과 땅에 배분하고, 날개를 펼친 배롱나무를 가운데에 배치한 뒤 꽃이 피어난 가지 사이로 궁궐지붕을 살짝 드러내어 포인트를 준 것입니다.

하늘의 구름송이들과 배롱나무 꽃송이들이 위아래에서 묘하게 어울리는 게 이 사진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경회루 연꽃
니콘 D500과 망원렌즈로 담아낸 경회지 연못의 연꽃

 

3. 하루 한 컷 사진촬영이 작품사진을 낳는다

저 궁궐에 미친 남자, 궁미남은 10년에 걸친 궁궐과의 만남을 사진과 그림으로 담아내어 2019년에 '사진과 그림으로 만나는 경복궁'이라는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를 KBS에서 취재하여 KBS 9시 뉴스에 소개함으로써 작가인 저는 전시 기간 내내 많은 관람객들과 행복하게 소통했습니다.

그동안 누구에게 특별히 사진이나 그림과 관련하여 강습을 받거나 배운 적이 없이 궁궐을 중심으로 아름다움과 소통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과 이를 통해 소통하는 기쁨을 맛보았지요.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10월 1일부터 열리는 궁중문화축전을 준비하는 창덕궁과 창경궁을 만나고 왔답니다.

이런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매력적인 사진을 촬영하려면 사진촬영 기법 이전에 세상의 아름다움과 소통하려는 간절함과 부지런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기의 기능이나 촬영기법은 잘 몰라도 날마다 자신이 머무는 곳을 중심으로 세상과 존재의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탐색하면서 자신이 지닌 사진기로 담아내려는 노력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아, 이것 참 멋지네!'

'이건 정말 너무도 예쁜 나무잖아!'

'이 신비로운 장면을 내가 안 찍으면 누가 찍겠어?'

 

이런 생각이 들 때 자신이 지닌 게 고급 기능을 갖춘 사진기이든 휴대폰이든 주저 없이 사진기를 들고 촬영해 보면 어떨까요?

물론 이러한 촬영은 초상권이나 저작권 등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해서도 안 되고 인격을 모욕해서도 안 되는 등 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겠지요.

법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촬영에 임하는 자세는 열정과 갈망으로 아름다움을 지향해야 하고 반드시 셔터를 누르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 한 컷 사진찍기'를 미션으로 정하고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습관을 이어나가기를 추천합니다.

이렇게 간절히 찾아다니며 매달린다면 아름다움도 그 정성을 눈여겨보고 우리를 향해 손을 내밀지 않을까요? 

 

2022년 9월 27일

궁미남의 사진 생각

 

(추신)

경복궁2022-25

올해로 벌써 경복궁을 25번째 만났습니다.

궁궐 담장 바깥의 배롱나무와 높이 솟아오른 궁궐 지붕의 어우러짐을 확인하며, 궁궐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아름다움을 당당히 드러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언제나 다른 표정을 지으며 '이건 몰랐지? 이번에도 놀랐을 거야.'라고 말하는 아름다움의 매력을 다시금 발견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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